나이 들수록 시간이 빠르게 느껴지는 진짜 이유

어느덧 봄이 지나가고 초여름의 문턱에 선 5월, 벌써 한 해의 절반 가까이가 지나가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신 분들도 많을 겁니다.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더 빠르게 흐른다”는 말을 실감하는 순간이죠. 어린 시절 1년은 무척 긴 시간처럼 느껴졌는데, 성인이 되고 나니 한 해가 마치 한 달처럼 훌쩍 지나가 버립니다. 왜 우리는 나이를 먹을수록 시간이 빠르게 느껴지는 걸까요? 그리고 이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디게 느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빨리 가는 이유

심리학과 신경과학에서는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빨리 간다고 느끼는 이유를 다양한 관점에서 설명합니다. 프랑스 철학자 폴 자네는 이를 ‘시간 비율 이론’으로 해석했습니다. 아이에게 1년은 인생의 10%지만, 50세에겐 1년이 인생의 단 2%에 불과하기 때문에 점점 시간이 짧게 느껴진다는 것이죠.

 

심리학자들은 ‘시간 수축 효과’라고도 설명합니다.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자극과 경험이 줄어들어 뇌에 새롭게 저장되는 정보가 적어지기 때문에, 똑같은 시간도 단조롭게 지나가는 것처럼 느낀다는 겁니다. 반면 어린 시절엔 매일같이 새로운 경험을 쌓기 때문에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것처럼 느껴지죠.

과학적 연구가 밝힌 뇌와 시간의 관계

1996년 미국 노던애리조나대의 피터 멩건 교수 연구팀은 나이가 시간 감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실험했습니다. 20대, 40대, 60대 그룹에게 마음속으로 3분을 재도록 한 결과, 나이가 많을수록 3분을 짧게 인식하는 경향이 나타났습니다. 이는 신경전달물질 도파민과 관련이 깊다고 합니다. 도파민은 즐거움, 설렘을 느낄 때 많이 분비되는데, 20대를 지나면서 10년마다 5~10%씩 감소합니다. 도파민이 줄어들면 삶의 자극이 줄고, 시간은 더 빠르게 느껴진다고 합니다.

 

또한 미국 듀크대 애드리안 베얀 교수는 나이가 들수록 신경망의 정보처리 속도가 느려지면서 같은 시간 동안 저장하는 이미지의 수가 줄어들어 시간이 빨리 간다고 느낀다고 밝혔습니다. 쉽게 말해, 우리는 새로운 경험과 이미지가 많을수록 시간이 느리게 흐른다고 인식한다는 것입니다.

시간의 속도를 늦추는 방법

시간이 빠르게 느껴지는 건 피할 수 없는 현상일까요? 전문가들은 그렇지 않다고 말합니다. 우리의 일상을 새로운 경험으로 채우면 시간의 속도를 늦출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처음 가본 길이 더 멀게 느껴지는 것처럼, 처음 해보는 일은 우리의 기억과 감각을 촘촘하게 만들어 시간의 흐름을 천천히 느끼게 해줍니다.

 

실제로 강렬한 경험은 시간이 느리게 느껴지도록 만든다는 실험 결과도 있습니다. 미국 베일러대의 데이비드 이글먼 교수는 높은 번지점프대에서 사람들을 떨어뜨리고 시간이 얼마나 걸렸는지 맞히게 했습니다. 대부분 실제 시간보다 더 길게 느꼈다고 답했죠. 그만큼 강렬한 자극이 뇌 속에 더 많은 기억을 남기고, 그 경험이 시간이 더디게 흐른 것처럼 느끼게 만든 것입니다.

 

책, 나이 들수록 왜 시간은 빨리 흐르는가

 

일상 속 변화를 만드는 작은 도전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이 원리를 활용할 수 있을까요? 매일 똑같은 일상에서 벗어나 작은 변화를 시도해보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매번 가던 식당이 아니라 새로운 곳을 찾아가보기, 가보지 않던 동네 산책하기, 취미를 새로 만들어보기, 매일 하나씩 새로운 단어 외우기, 새로운 요리법을 시도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이처럼 나만의 ‘처음’을 늘려가는 시도는 기억에 남는 장면을 늘리고, 내 인생의 시간을 더 풍성하게 만들어줄 것입니다.

 

시간을 ‘느리게’ 살아내기 위해

상담심리학자들은 나이가 들어 시간이 빠르게 느껴질수록 “경험에 대한 개방성”을 높이는 연습을 권합니다. 열린 마음으로 새로움을 받아들이려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뜻이죠.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려고 애쓰는 것보다, “오늘 하루 나의 시선을 조금만 더 열어보자”는 작은 다짐부터 시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지만, 그 시간을 어떻게 느끼고, 어떤 기억으로 채우느냐는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오늘 하루 작은 변화를 만들어보고, 나만의 새로운 경험을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요?